지피지기백전불태. <손자병법>에 나오는 이 성구는 원문을 읽지 않아도 누구든 아는 말이다. 뜻 그대로 적과 나를 알면 지는 일은 없다는 의미지만, 현실을 쉽지 않다. 일단 자신과 상대를 100%로 알기는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가진 정보로 상대해야 하는데 이를 논리적으로 연결하는 것도 여간 쉽지 않다. 결국 한정된 정보를 가지고 이를 논리적으로 연결함으로써 상대방의 심리를 추측해야 한다. 이를 실현하려면 도구가 필요하다.

 

  <결정의 에센스>는 이런 도구를 알려주는 책이다. 1960년대 소련과 미국 사이에 벌어진 쿠바 내 미사일 발사 대립을 바탕으로 3가지 도구를 우리에게 알려준다. 이 도구는 합리적 행위자 모델’, ‘조직 모델’, ‘정부정책모델로 불린다. 책은 이 모든 것이 1960년대 미국 대통령 캐네디와 흐루시초프 소련 총리의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한다.

 

  이 세 가지 모델은 적과 자신이 구분되는 경쟁 관계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시사 이슈, 우리 생활에서도 찾기 쉽다. 국가 혹은 조직 역시 개인처럼 자신의 이익에 따라 행동한다는 합리적 행위자 모델은 우리 사회 여러 정부 기관, 시민단체들의 행태이다. 조직 내 정해진 절차나 프로그램은 쉽게 바꾸지 않는다는 조직 모델은 군대 혹은 일부 폐쇄적인 조직에서 잘 나타난다. 한 조직의 결정에는 여러 결정자들의 경쟁에서 나온 결과물이라는 정부정책모델은 기업에서 서로의 이익에 따라 의견을 주장하는 임원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이 도구를 손에 쥐면 거의 대다수의 시사 이슈를 좀 더 깊게 파악할 것이다. 책에서 직접적으로 다루는 외교문제뿐만 아니라 각종 사회 문제도 쉽게 이해한다. 세 가지 모델에 이슈를 대입시키면 원인과 결과가 눈에 금방 들어올 것이다. 시사 이슈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는 인상이 들게 할 것이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지피지기를 향한 자신의 노력뿐이다.

 

  이렇게 칭찬하지만 책 자체는 참 아쉽다. 모델 자체는 좋지만 문제는 이를 표현하는 방식이다. 책은 이를 상당히 어렵게 적어놓았다. 만약 자신의 독서 능력이 중상이라고 자신한다면 이 책은 무척 재미있을 것이다. 반면, 사회과학서를 자주 읽지 않는 독자라면 이 책은 무척 따분할 것이다. 이해가 안가서 자꾸 앞뒤 장을 펄럭일 것이다. 책은 모든 이에게 도구를 주지 않는다



결정의 엣센스

저자
Graham Allison 외 지음
출판사
모음북스 | 2005-06-13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1962년 10월 15일, 소련이 미국해안에서 불과 80마일 떨...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Posted by 송근재

댓글을 달아 주세요


  첫인상은 냉소, 그 자체였다. 강준만 교수라는 이름, 독서 토론에서 다룰 책. 이런 명분으로 산 <우리가 몰랐던 세계 문화>의 머리말을 보면서 약간의 쓴 웃음을 지었다. 대학생, 대학원생의 논문 내지를 레포트를 모아서 책을 낸다는 구성. 화까지는 아니었지만 머리가 핑 도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후회한다. 젊은이들이 주는 신선한 해석을 신경 쓰지 못한 내 불찰이었다.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부분은 웃음에 대한 설명과 이와 연관된 각 사회끼리의 비교다. 웃음이라는 게 서로 즐거운 느낌을 주기에 좋기는 하지만, 자신의 숨기고 싶은 부분을 애써 감추기 위한 수단으로도 사용된다는 점은 새롭게 다가왔다. 이중환의 <택리지>에 나온 부분, 웃음을 활용한 태국의 광고판과 정치에 애써 무관심한 국민들은 웃음의 안 좋은 면을 보여주기 참 좋은 예시였다. 웃음은 반면 풍자로도 활용 가능하다. 말하기 힘든 부분은 웃음이라는 도구를 통해 희화화되기도 하고 결국 많은 이들이 부담스럽지 않게 이에 쉽게 다가온다. 성과 시사 이슈를 전면에 내세운 SNL이 인기를 끄는 이유도 이와 연관이 깊다. 웃음은 그렇게 활용되는 게 가장 적절한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한국의 코미디는 풍자 속에서 연민의 정까지 느껴져야 한다. 미국 영국 개그와 달리 상하관계가 분명한 사회라서 그렇단다.

  음악에 관한 내용도 떠오른다. 우리나라 음악 시장은 실시간 순위로 인기곡이 자주 바뀌는 시스템이다. 10~20년 전처럼 오랫동안 소장하고 들을 만한 음악이 없다는 것이다. 책은 원인으로 빨리 소비되는 곡을 유도하는 음원 사이트의 실시간 순위 시스템, 터무니없이 낮은 음원 가격 때문이라고 한다.결국 이 모든 것이 해결되어야 양질의 음악이 나온다고 한다. 가격을 높이면 과연 음원을 사는 사람이 많이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지만, 결국 현재의 음악 시장이 문제가 있다는 의미로서 이해했다. 현재 음원 시장에서 가격, 유통을 포함한 많은 영향력을 지닌 통신사에 대한 비판으로서의 의미도 느껴졌다.

  이외에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참 많다. 학교에 종속되어서 원하는 기사를 못 쓰는 한국의 대학 신문와 그와 반대되는 외국의 대학 신문. 한국어 학당에서 나타나는 동양인의 집단주의와 서양인의 개인주의 사이의 비교. 성인이라면 아마 좋아할 법한 세계의 성인클럽 이야기. 커플티와 커플링에 대한 동서양 사람들의 인식 차이. 이 책은 단순히 이런 세계 문화에 대한 소개를 넘어 우리 대한민국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각 사례별로 제시해 놓았다. 결국 책은 대한민국은 바뀌어야 한다!” 이 한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변화와 혁신을 원한다면 한 번쯤은 읽어봐야 할 책임에는 분명하다.


우리가 몰랐던 세계 문화

저자
강준만 지음
출판사
인물과사상사 | 2013-03-11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는,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의 첫걸음!세계와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Posted by 송근재

댓글을 달아 주세요

  어머니에 대한 어렸을 적 기억이 떠오른다. 형제 사이에서 어머니는 유독 나에 대한 보호가 심하셨다. 동생과 비교했을 때 많이 다치기도 했고 몸도 유약했기 때문에 그렇게 했던 걸로 기억한다. 이는 가정 생활에만 한정되지는 않았다. 학교에서의 생활에서도 계속되었고, 초등학생을 지나 사춘기 시절에서 이러한 생활은 지속되었다. 당연히 대립도 있었다. 좀 더 자유롭고 많은 것을 보고 싶어하는 아들. 공부에 집중하라고 다그치는 어머니. 강한 어머니는 항상 승리했고, 대학시절 중반까지 그 생활은 계속 유지되었다.

  <에밀>을 읽으면서 주인공 에밀에 대한 부러움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자연에 따라 교육해야 함을 중요하게 생각한 장 자크 루소는 가상의 아이 에밀의 성장기를 관찰하면서 몸소 올바른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물론 아프면 그대로 둔다는 등이나 아이의 죽음에 대해 그대로 지켜보라는 등의 메시지는 너무 과도하지 않았나하는 생각도 있다. 그렇지만 아이에게 편견을 심어주지 않고 스스로 체험하면서 배우는 방식의 교육은 분명 배우는 아이에게도 축복일 것이다. 학교와 부모의 보호라는 장막이 걷히면 자연과 비슷하기에 이를 교육을 통해 알려주는 점은 분명 일리가 있었다.


장 자크 루소가 제시한 교육의 세 가지 목표. 루소는 이 셋 중 자연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도에 따른 차이가 있지만 요즘 부모님들의 치맛바람이 거세다. 언론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고액 학원 교육이나 과외는 어머니의 치맛바람에 연관이 있다. 아이가 원하지 않는 교육은 아이에게 불안감을 심어주는 법이지만 우리 사회는 이게 미덕으로 자리잡았다. 우리 아이가 뒤쳐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부모님 덕분에 아이들은 죽어날 것이다. 그들의 불안감과 스트레스의 결과물은 결국 요즘 문제시되는 학교 폭력과 왕따 문제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부모 교육은 이에 대해 분명 해결할 여지가 있었지만 그렇지 못했다.

  부모의 교육은 아이의 일생에 영향을 미친다. 루소가 제시한 자연주의적 교육은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이상적인 부분이 있지만, 실천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일부는 적용이 가능하다. 어렸을 때부터 자연을 일깨워주고 이를 주입식 보다는 체험을 통해 알려주는 교육 방식은 아이에게 힘을 길러줄 것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스스로 해결해나가는 힘, 이성적인 판단력을 기르는 힘 말이다. <에밀>은 현재 부모인 사람에게는 아이 교육에 대해 반추할 계기를 줄 것이고, 예비 부모에게는 교육에 대한 길라잡이 역할을 할 것이다.


에밀

저자
장 자크 루소 지음
출판사
돋을새김 | 2008-04-2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출간 200년, 그러나 지금 우리 교육에 필요한 교육 지침서!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Posted by 송근재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Favicon of https://yehkyu.tistory.com 뀨우우 2013.03.29 19:2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루소가 생각하는 교육의 중요성.. 저도 읽어 봐야겠네요^^ 좋은 책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당